


일본 노래를 꽤 찾아 듣는 편인데, 일 년 정도 전부터 유튜브 뮤직이 지독하게 한 곡을 밀어넣었다. 오피셜히게단디즘의 프리텐더.
매번이었다. 재생 목록 어딘가에 끼어 있거나, 추천 피드 맨 위에 올라와 있거나. 그런데 나는 매번 첫 소절 띠리리링 하는 구절이 나오면 바로 넘겨버렸다. 왜 넘겼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냥 그때의 나한테는 닿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여러 요소들이 겹치고 겹치다가, 어느 순간 그 곡에 귀가 열릴 즈음이 된 것 같다. 갑자기 전곡을 한 번 들었더니 그대로 꽂혀버렸다. 최근에는 하루에 몇 번씩 듣고 있다.
알고리즘은 나를 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숏폼 알고리즘이랑 음악 플레이리스트 추천은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음악을 직접 찾아 듣는 편이라 그 차이가 더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오래, 방대하게 쌓여 있으니까. 숏폼처럼 오늘의 내 선택에 흔들리는 게 아니라, 내 취향의 패턴 자체를 꽤 정확하게 짚는다는 느낌이다. 물론 빗나갈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노래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도를 섞어 떠먹이면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걸 꽤 건져낸다. 그러니까 알고리즘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거고, 나는 그냥 귀 담아 듣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노래 찾아 듣는 너라면 이거 좋아할 거야"라는 신호를 일 년 동안 무시했다는 게 조금 웃기긴 하다.
이 곡보다 더 씁쓸한 건 따로 있다. 무언가를 하면서 흘려 들을 때 분명히 좋다고 느꼈던 곡인데, 그 감흥만 남아있고 어떤 곡인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런 곡들은 대개 불규칙한 추천으로 한 번 흘러왔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다음에 다시 못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건 진짜 아깝다.
아무튼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을 때가 분명히 있다는 것. 언젠가는 내 리스트에 들어올 노래였지만, 그게 진짜 내 리스트에 올라오기 위해서는 여러 결정과 경험과 시간이 쌓여야만 했다. 그 과정이 없으면 들어도 그냥 지나가는 노래일 뿐이다.
이렇게 길게 적었지만 사실 내가 글을 쓰게 된 건 따로 있다.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가 도대체 언제 오픈하게 되는 건지, 짜증이 한껏 난 나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혹시 이것도 비슷한 건가. 늦어지는 게 아니라, 아직 채워지지 않은 거라고. 처음엔 리모델링이었는데 돌고 돌아 신축이 됐다. 신축이 좋은 점이 훨씬 많다는 걸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그러니까 늦은 게 아니라, 그 길이 그 길이었던 거라고.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알고리즘이 일 년을 기다려준 것처럼, 이것도 시간이 좀 더 흘러야 알게 될 것 같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러니깐 우리 자주 보는 사이가 됩시다. (0) | 2026.06.19 |
|---|---|
| 사고 싶은게 다시 생겼다(설레임) (0) | 2026.05.30 |
| 잘라내는 것 (0) | 2026.04.25 |
| 대표라고 쓰고 잡부라고 불리는 이의 AI활용하는 방법 (0) | 2026.04.24 |
| 도구를 옮기다가, 주식도 옮겼다 (0) | 202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