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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후감 - 일곱해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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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잘 읽지 않는데 숙제로 주어져서 반강제로 읽었던 책이에요. 

그런데 내용이 좋고, 백석이라는 인물이 궁금해져서 잘 읽었던 작품입니다. 

백석이라는 인물을 모르시는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작가가 어떻게 조사를 통해 유명한 인물의 생을 다시 재창조하고 그의 삶을 상상하는지에 대한 좋은 교재인 것 같아요. 

 

아래는 독후감입니다. 


 

백석, 기행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을 해를 보여주는 소설이며, 개인이 시대의 풍파 앞에서 얼마나 미력한지, 개인의 행복이 어떻게 유린당할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라 마음이 아프다.   

전쟁 이후의 한국이라면 어디에서나 슬픔이 있었겠지만, 그건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당시에는 남한보다 사정이 좋았을 북한에 기행이었지만, 또한 모진 고통을 겪어나간 같다.

지금은 당연히 표현의 자유, 개성에 대한 존중과 존엄이 어느정도 인정되는 시대이지만, 1950년대 북한에서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절절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여기에 나온 시인은 그래도 일제치하에서 시인으로서의 자유를 어느정도 누렸기에 이러한 현ㅇ실이 가혹하게 닿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시인으로서의 자유를 속박당하고 당에서 내려오는 지침에 걸맞는 시쓰기 만을 강요당한 것은 마치 그에게는 죽은 것과 같을 것이다.

소설속에서 죽음을 선택할 있는 자유가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자유를 선택하지 못하고 자유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죽은 것보다 못한 삶처럼 표현하면서 나의 의지에 반하며 사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힘든일인지를 표현해주는 같다.

 

그리고 소설중에서 평양에 전염병이 돌아 방역이 진행되는 것들을 시인이 목도하는데, 당의 지침과 사상에 동조하지 못하는 시인들이 방역의 대상인 전염병처럼 취급되는 같아 슬펐다. 옥순과 기행이 어떤 건물이 타오르는 것을 그냥 밖에 없던 것처럼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은 어려움 앞에 어쩔수없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전쟁은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나요?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회복을 노래할 수 있나요? 전 죽음에, 전쟁에, 상처에 책임감을 느껴요.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

 

벨라가 말한 위의 구절은 특히나 마음에 닿았다. 속박, 전쟁 쓸모없는 것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가며 힘든시기를 찾아가는 벨라는 소설에서 나온 캐릭터중에 가장 굳건한 사람인 같다. 이후에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기행이나 상허도 처음에는 이러했지만, 오랜시간동안 다양한 압박을 받으며 무기력하고 시인이기를 포기하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우울한 기분이 든다.

 

정말 시대의 소용돌이 앞에 개인은 너무나 무기력하고 개인의 행복이, 자유가, 어떻게 탄압받을 있는지 보여주는 슬프지만, 안에 나오는 구절들과 말들 삶에 대한 표현은 너무나 아름다운 아름답고 슬픈 소설인 같다. 모든 아픔이 있음에도 인간은 웃고 살아간다.

Ne pas se refroidir, Ne pas se lasser(냉담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책에서 좋았던 구절을 표기합니다. 

 

외로움을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하니까 그럴 수밖에. 외로워봐야 육친의 따스함을 아는 법인데, 이 사회는 늘 기쁘고 즐겁고 벅찬 상태만 노래하라고 하지. 그게 아니면 분노하고 증오하고 저주해야 하고. 어쨌든 늘 조증의 상태로 지내야만 하니 외로움이 뭔지 고독이 뭔지 알지 못하겠지.

 

-알라딘 eBook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중에서

 

시바이를 할 수밖에 없을 텐데, 모두가 시바이를 하게 되면 그건 시바이가 아니라 현실이 되겠지. 새로운 사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네. 이런 세상에서는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자기를 속일 수 있다면 글을 쓰면 되는 거지.”

 

-알라딘 eBook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중에서

 

전쟁은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일이지만, 그 대가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나요?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회복을 노래할 수 있나요? 전 죽음에, 전쟁에, 상처에 책임감을 느껴요.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알라딘 eBook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중에서

 

병원균이 불타겠지만, 곧 그 불은 종파주의와 낡은 사상으로 옮겨붙을 것이고, 종내에는 서너 줄의 시구를 얻기 위해 공들여 문장을 고치는 시인이, 맥고모자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짠물 냄새 나는 바닷가를 홀로 걸어가도 좋을 밤이, 높은 시름이 있고 높은 슬픔이 있는 외로운 사람을 위한 마음이 불타오를 것이다. 그렇게 한번 불타고 나면, 불타기 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그렇게 1958 12월의 해가 저물었다.

 

-알라딘 eBook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중에서

 

‘Ne pas se refroidir, Ne pas se lasser(냉담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알라딘 eBook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