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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희망을 먹고 산다.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하다.
소설 '일곱해의 마지막'의 주인공 기행이 처한 상황이 그런 것 같다.
나는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백석 시집을 사보았다.
“그 시에 이미 쓰시지 않았습니까?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 말에 기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보니 교원 동무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시는 쓸 능력도 없는 사람이올시다. 나그네를 배려하는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협동조합은 제가 알아서 찾아갈 테니 신경 안 써도 되겠습니다.”
“정말 시인 백석 선생님이 아니십니까?”
“아니오, 아니오.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됩니다.”
그는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나가려고 보니 역 앞으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건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리는’ 세상이었다. 이런 세상이라면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고 있을 게 분명했다.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이런 세상이 나타난 것일까? 자신은 다만 시를 한 편 들었을 뿐인데…… 그나마 오래전 자신이 쓴 시였는데…… 기행은 가만히 서서 푹푹 나리는 눈을 맞으며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대는 흰 당나귀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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